[도전]눈치 안 보고 쓴 신입 일기 1화


저는 신입사원입니다만

일품상회에 입사한지도 2주가 지났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딱히 정신없지도 않았는데 눈 뜨면 회사고, 
회사에서 스트레칭 한 번 하면 곧 퇴근시간이었다. 
집 가서 씻고 밥 먹고 뒹굴거리다 보면 어느새 잘 시간. 
이렇게 2주가 지났나 보다. 


일 하다 보면 시간이 평소보다도 더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고, 잘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함께 병행하며 현실과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한다. 

가령 기획자로 입사했더라도 영업을 해야 할 수도 있고, 
나를 격려해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나를 욕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그래서 일품상회에 입사했을 때 기분은 물론 좋았지만 
설렘보다 걱정이 더 컸다. 근데 이런 얘기 써도 되려나...ㅎ


"이번엔 제발 좋은 사람이 있는 곳이길"


떨렸던 첫 출근


떨리는 마음으로 엘리베이터에 탔고 5층을 눌렀다. 
나 말고도 여러 출근하는 사람들이 보이니 
오랜만에 일하는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떨리네. 

문이 열렸고 내리는 과정에서 옆사람과 부딪혔다. 
첫인상이 중요한데.. 설마 저 사람과 일하는 건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설마는 사람 잡으라고 있는 말이었다. 
그녀가 닫은 문을 다시 조심스럽게 열었다.


"안녕하세요"


사실 안녕하세요를 어떻게, 어떤 말투로 인사할지 꽤나 고민했다. 
안녀녕하세요. 아아아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내 첫인상을 심어주는 순간이니. 
다들 그냥 '새로운 사람이다' 정도로 나를 볼 테지만. 
'난 설레고 너무 기분 좋지만 절제하고 있어요'라는 
말투와 웃음으로 인사했다. 

인사한 뒤 어디를 앉아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리고 있을 때 H씨가 말했다. 


"여기가 송신입씨 자리예요"



아까 부딪혔던 그녀였다. 
H씨는 친절하게 자리를 안내해줬다. 
내.. 내 자리다. 

회사에 오면 자리에 대한 로망이 있다. 
우선 커리우먼처럼 보이기 위해 여러 포스트잇이 붙여있고, 
관련 책도 놓고, 우리 강아지 사진도 붙여놓고, 
달력에 여러 글씨도 써줘야 하고, 슬리퍼도 필수다. 

발이 편한 것도 중요하지만 
화장실 갈 때마다 슬리퍼를 질질 끌으며 
나 일하느라 피곤한 티를 내줘야 직장인 같다고 할까. 

그렇다고 일 하지 않고 보이는 것에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은 아니다. 
실제로 일하다 보면 결국 관련 책도 읽어야 하고, 
내 피곤을 눌러줄 비타민도 있어야 하고, 
데드라인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여러 포스트잇과 
달력에 표시하며 계속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 일에 익숙해지고 점차 직장인이 되어 간다. 
점심시간에 마시는 커피는 여유가 아니라 
오후를 버티기 위한 힘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고. 하하. 
자리 앉아서 최근 펀딩 3018%를 달성한 스르르 베개를 살펴봤다. 


사람마다 베개 높이가 다르다고 하는데, 
스르르 베개의 머슬 셀 구조로 사용자의 적절한 베개 높이로 맞춰서 
어떤 자세에도 경추 라인이 유지된다고 한다. 


눕자마자 목의 무리가 덜 가고 편하게 잘 수 있다던데, 
나처럼 뒤척임이 심한 사람에겐 필수품이 아닌가 싶다. 
(홍 보아닌 홍 보같은 홍 보ㅎㅎ)


점심엔 뭐가 좋을까?


그때 이사님이 오셨고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소개했다. 
소개는 늘 어렵다. 

나를 어떻게 소개한지도 기억 안 난다. 
의식 흐름에 맡겨서 아무 말이나 했던 것 같다. 

다들 인사하는데 독특함의 아우라가... 

조심스럽게 단발머리 가르마를 넘기거나, 
상투머리로 남다른 포즈를 내뿜거나, 
수줍으면서도 여유로운 모습 등까지 
다들 본인의 색깔이 뚜렷한 것 같다. 

그 사이에 있으니 내가 더 작아 보인다. 
얼른 내 개성을 찾아야겠어. 
인사 다음으로 진지하게 나눴던 대화는 주변 맛집이었다. 
사회생활을 오래 한 친구가 말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100% 물을 거야" 


역시. 그 친구 말이 맞았다. 
맛집을 이야기하면서 어떤 음식을 싫어하는지 내게 물었다. 
"가지 못 먹어요" 
이와 동시에 예전에 회식할 때 동료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사람에게 뭘 못 먹는지 물었는데, 
회를 못 먹는다고 해서 맨날 고기만 먹었어요." 

회도 먹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직원들에게 맞춰 말하다 보면 
불편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다 잘 먹는 게 좋다는 -


주변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곳을 이야기하는데 몇 분동안 정적. 
답이 없는 것만으로도 답이 됐다. 

직장인에게 밥이 중요한데 맛있는 맛집이 없다니!!!! 
이때 이사님께서 말씀하셨다. 


"롯*리아가 제일 맛있어, 주문할 때 바로 만들어줘" 

아 여기는 프랜차이즈 햄버거가 제일 맛있구나. 
그렇구나. 햄버거. 그래. 햄버거 맛있지. 


소문이 자자하던 롯*리아로 가기 위해선 차를 타야 했다. 
직원이 8명이라 차를 나눠서 탔는데... 

차에서 익숙한 음악이 들렸다. 
잔... 잔나비!!!! 말도 안 돼. 나의 최애 밴드 음악이라니.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웃다가 틈을 보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잔나비 팬이에요" 
공통 관심사가 생겨서 기분이 좋았다. 

"다행이야, 뭐라도 말했어! 잔나비야 고맙다" 
설렘보다 걱정이 컸던 아까와 달리 급 설레었다. 
잔나비 하나로 마음이 조금 편해졌달까. 
좋아하는 한 가지라도 있으면 무언가 말할 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대화거리도 생기고.


드디어 롯*리아. 
소풍 온 듯 다 같이 모여 앉아서 햄버거를 기다렸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전 회사에선 밥 먹는 시간에도 업무 얘기만 했었는데, 
말도 안 돼. 내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였던가. 
매일 어르신과 일했던 나로서 이 분위기가 어색하지만 좋다. 
같이 젊어지는 기분. 

뭐든 협업하고 일 외에도 같이 취미를 공유해도 될 것 같달까. 
마음을 좀 편안하게 가져도 될 것 같다. 
평소처럼 일하는 환경이 내게 안심을 줬다. 

직장 동료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일 외에도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함께 일했을 때 친구만큼이나 즐거웠으면 좋겠다. 
처음엔 서먹하겠지만 친해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이런 로망을 가질 때마다 주변에선 꿈깨라고 말했지만. 


"왠지 이번은 그 전 회사와는 다른 것 같아"

곧 퇴근이다!!


특히 일품상회가 좋았던 건 9시부터 10시까지 
자유 출근이며 점심시간이 무려 한 시간 반이다. 

여유롭게 밥 먹고 여유롭게 커피 마실 정도. 
이런 여유와 휴식이 삶의 질을 높이고, 
근무의 질을 높이지. 속으로 끄덕이며 만족해했다. 

사무실로 돌아왔다. 
첫날부터 업무를 주지 않았다. 
일품상회 홈페이지를 보며 앞으로 내가 어떤 글을 쓸지 고민했다. 


그렇지. 좋아하는 일을 집중적으로 하게 되면, 
하고 싶은 여러 이야기가 떠오른다. 
처음이라 여러 생각은 하게 되지만, 오래 일하고, 
꼼꼼하게 일하려면 무리하지 않아야겠다. 
지치지 않게 체력도 관리하고.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에디터. 송신입


*신입이라 눈치 없이 솔직하게 썼을 수도 있어요. 
독자 선배님들의 여러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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