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별이 있는 몽골여행 1화

삶의 변화가 필요하신가요?

몽골여행 1화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분명 여행하고 싶지만 어디로 떠나야 할지 모를 때. 알랭 드 보통은 이상적인 여행사가 있다면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묻기보다 어떤 삶의 변화가 필요한지 물을 거라 했다. 아마 내 삶에도 변화가 필요한 듯싶다. 현재 많은 일을 소화하면서 저녁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 일하는 게 맞는 건지 되물으면서도 피곤함에 금세 잠들어버린다. 매일 같은 고민을 하면서도 바쁘기에 그 고민조차 잊게 된다. 그러다 일요일 저녁만 되면 그 고민이 평소보다 커져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까지 온다.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만 적응 못하는 건 아닐까?"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괴로움을 호소할 때마다 친구와 부모님은 말했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어"
 

그래서일까 가끔 숨이 막힌다. 숨이 트일 수 있는 곳으로 여행 가고 싶었다. 드넓은 초원으로. 문득 몽골이 떠올랐다. "수많은 별을 보고 드넓은 초원을 보면 마음이 조금 편해질까?" 지금 이 순간을 도피하고 싶었다. 


수많은 별 아래서 맥주 마시자



몽골 여행에 가고 싶다던 내 말을 친구들은 동의했고, 우린 정말 몽골에 가기로 했다. 저렴한 비행기 구매 타이밍을 알아봤고, 사람들이 다녀온 후기를 공유하고 낙타 인형과 델을 사기로 했다. 후기와 정보를 통해 우리의 기대치는 점 점 높아졌고, 디데이를 세면서 곧 가게 될 몽골 여행을 준비했다. 관심사는 매번 변한다. 그 관심에 집중하지 않고 나중으로 미루면 그 나중에 찾아왔을 때 또 다른 관심사가 생기거나 또 나중으로 미루게 된다. 그러니 매 순간 관심분야에 집중하는 게 현명할지 모르겠다. 우리도 떠나고 싶은 마음 하나로 몽골을 찾았다. 


그동안 많은 여행을 한 건 아니지만 한 번 떠날 때마다 한 달 동안 살았다. 이번 몽골은 3박 4일이다. 그만큼 짐도 별로 없는데 자꾸 뭘 놓고 가는 것처럼 불안했다. 몽골도 사람 사는 곳이라 챙기지 못했다면 거기서 사도 되는데. 왜 자꾸 불안한 거지?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티벳 속담. 


여행 가기 전은 늘 불안하다. 다칠까 봐 불안하기보다 내가 생각한 만큼 즐기지 못할까 봐. 기대보다 불안이 앞선다. 특히 친구들이랑 가서 더 불안할지도 모르겠다. 좋은 친구들이지만 여행 스타일이 맞지 않으면 서로 불편한 채로 여행을 마칠 수 있으니. 우린 서로가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었다. 싸우지 않고 잘 놀기 위해. 첫 째. 화장실 같이 가기 두 번째. 어디 갈 때 간다고 말하고 가기


정말 몽골에 내가 찾던 답이 있을까?

난 일기 쓰고 있고 주영이는 소파에서 인터넷 검색을, 지은이는 클럽 음악을 틀어 놓고 춤추고 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노는 우린, 취향이 너무 다르지만 어쩌면 비슷할지 모르는 우린, 3박 4일 동안 몽골 여행을 한다. 처음으로 친한 친구들끼리 떠나는 해외여행이라 걱정도 있었지만 첫날부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비행 중에 데이터 켜고 멜론 들으면 데이터 많이 나가?"


지은이의(해외여행 처음인 애) 순수한 질문에 당황했다. 더 부끄러운 건 다들 데이터 쓰고 있는데 나만 몰랐던 건 아닌지 싶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멍했다. 정신 차리고 내 옆 자석에 앉은 외국인 핸드폰을 봤다. 비행기 모드. 다행이야. 근데 이걸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다니 당황스럽다. 지은이 뒤통수를 봤다. "쟤 뭐야?" 지은이는 옆에 앉은 사람이 음악을 너무 크게 듣고 있어서 자신도 들어도 되는지 알았다고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비행기 탈 때 신발 벗고 타야 한다고 말해줄걸.



여행할 때마다 느끼지만 분명 여행 중인데 여행하는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느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가. 이상하게 여행하는 기분이 아니다. 비행기 타는 순간까지도.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그런가. 어제 인천지역에 재난 경보가 울린 만큼 비가 많이 왔다. 별보기 위해 가는 여행인데. 몽골에도 비가 온다니. 도착하기도 전부터 실망스럽다. 


비싼 돈을 들여 어중간한 여행을 하고 올까 봐. 다 같이 시간 맞춰서 여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다행히 우리가 출발할 땐 비가 오진 않았다. 몽골에 도착하니 인천엔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고 했다. 어쩌면 이번 여행에 운이 따라줄지도 모르겠다. 


여행하는 느낌 없이 그저 웃는 시간



몽골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상하게 우산 쓰는 사람은 없다. 비가 오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사람처럼 걷고 있었다. 택시 기사님께 여쭤보니 몽골은 우산 쓰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공기가 깨끗하기 때문. 눈이 좋아 안경 쓴 사람도 없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안경 쓰고 자전거 타는 몽골인이 보였다. 그걸 놓칠 일없는 지은이는 "저기 있어요"라고 했다. 


기사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비가 와서 고글 쓴 거라고 했다. 우린 그 말에 웃었고 기사님은 아니라고 했다. 저 사람이 안경을 쓴 것인지 아닌지보다 몽골인은 안경 쓰지 않는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안경 쓴 사람을 발견한 상황이 웃겼다. 여행은 사소한 것 하나에도 웃음 나오게 되는 건가.  



차가 막혔다. 보통 30분이면 도착하는데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숙소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 우린 몽골에서 제일 유명한 칭기스칸 호텔을 예약했다. 엄청 크고 깨끗하고 화장실도 2개나 있다. 당황스러웠던 건 바로 옆방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 픽업해준 (한국말을 잘하시는) 기사님께 이 상황을 말해 프런트에 여쭤보니, 옆 방에 사람이 없으니 같이 쓰라고 하셨다. 대박. 호텔 방을 2개나 쓸 수 있다니. 하지만 우리가 그 방을 닫아서 자동으로 잠겼다. 침대 하나에 3명이 함께 자야 하는 상황이 왔다. 뭔가 받았는데 우리가 바보라서 뺏긴 기분. 



그동안 했던 여행과 다르다. 숙소에 도착하면 짐을 대충 풀고 괜찮은 카페를 찾아 여행 일정을 그제야 적었는데. 여기선 차로 이동한다. 몽골은 땅도 넓고 이동수단이 필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행사를 예약했다. 계획된 스케줄이 기대 되지만 동시에 아쉽기도 하다. 차로 거리를 보는 것도 좋지만 시내를 걷고 싶고, 걷다가 사기도 당하고 싶고, 몽골어도 듣고 싶고, 걷다가 발견한 예쁜 간판도 찍고 싶다. 그러지 못해서 아쉽지만 몽골 냄새는 좋다.  



20대 초반엔 속마음을 조금이라도 표현했다.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하려 하기도 했고. 답답한 일이 있으면 취할 때까지 술 마시며 놀곤 했는데. 나이 들면서 이런 일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이러면 되고 안되고를 스스로 걸러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속마음은 더 말하기 어려워지고 참는 것에 익숙해진다. 정확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이 오랜만인 기분이 좋다. 나를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이랑 가서 그런가. 20대 초반 혹은 그 이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우린 잠을 설쳤다. 서로에게 자냐고 물어보고 음악을 듣고 SNS를 보다가 서서히 잠들었다. 내일도 여행해야 하니까. 


에디터. 송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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