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취업 불안증후군


취업불안증후군

대학교 1학년과 4학년은 다르다

대학교 때 전공수업보다 동아리 활동을 더 좋아했다. 2개의 동아리를 했었는데, 하나는 환경동아리, 다른 하나는 학교거리 활성화 프로젝트였다. 공통된 관심사로 모인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게 재미있었다. 자다가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기록했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때 알았다.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된다는 걸.


기숙사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쉽게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4학년이 되기 전까지. 4학년이 되자 매일 만나던 친구들을 만나기 어려웠다. 자격증 수업, 취업 스피치, 토익, 자소서 준비까지 친구들은 늘 바빴다. 그 속에서 난 대학교를 잘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몇 번의 약속이 취소되다가 겨우 동기들과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도 잠시, 우린 예전과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00 회사 취업했다는데, 연봉이 0000 이래"
"자소서 썼어? 토익 준비하느라 자소서 쓰기도 어려워"


나만 뒤쳐진 게 아닐까

다른 세상에 온듯했다. 난 토익 시험 본 적도 없고, 자소서를 써본 적도 없었으며 가장 중요한 건 어디로 이력서를 넣어야 할지 몰랐다. 아직 먼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 사이에 있으니 나만 동떨어져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때부터 내 고민이 시작됐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지?" 우선 광고기획 학과를 졸업했으니 마케팅 기획 분야를 지원해보자. 채용정보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마케팅을 검색했다. 9249개. "그래, 이렇게나 많은데 나 하나 들어갈 곳 없겠어?" 없었다. 9249개의 양과 별개로 내가 흥미를 느끼고 즐겁게 일할 만한 곳이 정말 없었다. 


회사 정보만 본지 두 달이 지나자 불안증세가 시작됐다. 모든 게 무미건조해지고, 친구들을 멀리 하게 됐다. 편하게 봤던 친구들을 보면 내 불안이 더 커지기만 할 테니. 그렇게 매일 채용정보 어플만 보고 지원하다 드디어 괜찮은 회사를 발견했다. 이곳에서 ppt 면접까지 통과하여 최종 합격했다. 입사 첫날 대표님은 말했다. "70대 1로 합격한 거예요" 그때부터 내 프로필 상태 메시지는 70:1이었다. 자랑하고 싶었다. 정말 열심히 했고, 그 결과 입사에 성공했다는 걸. 하지만 마냥 자랑할 수 없었다. 합격 이전에 내가 불안했던 것처럼 내 친구들도 여전히 불안할 수 있으니. 


첫 출근, 첫 불면증

첫 출근은 설레었다. 그동안 배웠던 전공을 활용할 수 있고, 아르바이트와는 어떤 점이 다를지 기대하며. 엘리베이터 거울 속에 나는 웃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내 거울 속 표정은 어두워졌다. 상사와 의사전달 과정에서 상처 받을 때가 많았다. 자유롭게 일하는 걸 추구한다고 말하지만, 내가 일하면서 어떤 걸 검색했는지 봤고, 내 개인 SNS를 보거나 내 개인 사생활에 대해 많은 걸 물었다. 기분 상할 수밖에 없는 발언까지. 어디 가나 이상한 사람 한 명쯤은 있다고 하는데, 버텨야 하나 그냥 다녀야 하나를 수십 번 고민했다. 그러다 불면증이 생겼다. 매번 고민하다 몸까지 거부반응이 일으키는 걸 보고 안 되겠다 싶어 회사를 그만뒀다. 하지만 마냥 홀가분 하진 않았다. 이 직장을 구하기 전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함께 일하는 사람과 갈등이 있으면 일이 싫어질 수 있구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일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이나 선택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내가 잘할 수 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지, 어떤 회사이며,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등 따져봐야 할 사항이 많았다. 동시에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지,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지 고민되기도 했다. 취미로 남겨두고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그럼 잘하는 일을 하면서 개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럼 내가 잘하는 일은 뭘까? 끝없는 고민이 이어졌다. 엄마 친구분이 오셔서 "딸은 뭐해?"라고 물으셨다. 생각해보니 난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애매한 신분이다. 더 이상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질문을 받고 싶지 않았다. 내가 뭘 하든지 상관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쏟아지는 질문들에서 벗어나 라오스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대학교 졸업까지 누군가 시켜서 하는 공부만 했지, 스스로 생각한 적은 많지 않았다. 내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최대한 먼 곳으로 떠나야 해.


라오스에선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묻는 사람이 없었다. 그냥 여행객으로만 볼뿐. 어디로 이동할지, 무엇을 먹을지, 오늘 어떤 걸 할지. 매일 선택했고, 그 선택들이 나쁘지 않았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온통 내 시간이었다. 늦잠 자도 내겐 시간이 많았다. 다만 놀기 바빠서 잠들기 전에만 살짝 고민한 정도지만. 생각의 틈이 생겨서 일까? 고민이 고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흥미를 느끼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라고 단순하게 결정 지었을 뿐이다. 이런 걸 보면 휴식도 필수 필요조건인 것 같다. 단순하게 고민이 해결됐다. 


그 흥미로운 일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발로 뛰는 일을 좋아한다. 내 경험을 기록하는 일을 좋아한다'와 같이 좋아하는 일을 적어봤다. 이제 좋아하는 것들을 실행할 수 있고, 이를 원하는 회사를 찾으면 된다. 내가 동아리를 좋아했던 그때처럼 활기차게 일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다시 진로를 찾기 시작했다. 이 과정이 길어지면 또다시 불안증세가 나타날지 모른다. 그래도 결론은 하나다. 내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일. 열심히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것. 일은 가족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 가족만큼. 지금처럼 앞으로도 어떤 일을 하든 불안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내게 생각할 틈을 줘야겠다. 나와 맞는 직장을 찾고 싶다는 다짐이 흔들리지 않도록.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에디터. 송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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